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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시

장미애 네번째 도예전 <사소한 위로> 전시중이에요.

10월 15일부터 11월 8일까지(월, 화는 휴관)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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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풍이 물러간 날 아침,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큰 바람에 휩쓸려 가는 구름이 많이 덮인 사이사이에 파란색이 보인다. 반갑고 예뻐서 방안에서 사진을 찍다가 못 참고 밖으로 나왔다.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다가 코로나 덕에 파란 하늘을 보게 되어 그나마 위로가 되더니, 그날 아침 하늘도 더없이 큰 위로가 되었다.  내가 누구를 위로하랴. 위로받음을 나눌 뿐이다. <사소한 위로>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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토우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빠른 시간에 마쳐야 해서 각별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. 뼈대 없이 흙으로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무너지고 만다. 또 건조할 때 벌어지거나 갈라지는 성질이 있어 자세를 잡는 데 제약이 많다. 토우 작업하는 시간도 저녁 무렵에는 마음이 급해져서 하지 않는다. 까다로운 작업이다.    토우를 처음 만들 때 바램이 있었다.   팔이 길고 튼튼해서 몸으로 하는 일도 잘하기를. 다리도 길고 튼튼해서 어디든 씩씩하게 성큼성큼 잘 다니기를. 비율이 어긋나 이상하다고 해도 넉넉한 표정이기를. 어렸을 적 친구들처럼 바라보면 그저 흐뭇하기를. <그리운 벗1>

정신을 놓았던 걸까. 흙의 소성 온도가 달라진 걸 모르고 잘못 구입하는바람에 상판을 다 버렸다. 어렵게 온도 설정을 다시 해서 일부 살아남은 기물들은 재벌 했지만 그나마 절반은 버려야 했다. 사람이 부족하면 수족뿐 아니라 시간, 돈, 체력 다 버린다. 오래된 친구를 못 만나게 되었다. 말을 안 해도 같은 곳을 보던 친구.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프고 답답하다. 몸도 헐렁해진다.<그리운 벗2>

컴퓨터가 나올 때부터 나는 새로운 문명에 처질 것임을 직감했다.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가 젊음이 끝나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. 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늦게서야, 그것도 대중가요를 통해서 알았다. 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어 새로운 일들이 두려워진다. 못다 한 일, 잘못했던 일들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았고, 위로받고 싶어서 내 할 수 있는 한 위로하고 싶어졌다. 첨단 기술과 반대되는 작업을 하면서 그리운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를 상상한다. 누구에게나 내일은 ‘미래’일 것이므로...<그리운 벗3>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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